바다 전망 스위트에 묵었습니다
리노베이션한 칠층 방이었구요
호텔 후기마다 언덕 얘기가 써 있어서 왜 그런지 의아했는데
직접 가보니 알겠더라구요
역에서 호텔까지 가는 길에 미친 언덕이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골고다 언덕을 올랐다던 예수도
이 언덕 앞에서는 차라리 이자리에서 십자가 채로 화형시켜 달라고 울부짖었을 것 같은 그런 언덕입니다
건물 자체는 매우 낡았습니다
재개발을 기다리는 주공아파트 같아요
근데 또 리노베이션 덕분인지 방 내부는 괜찮았습니다
침구류나 가구도 잘 관리, 정리되어 있었구요
깔끔하고 안락했습니다
창 밖으로 해양공원이 한 눈에 들어와 전망이 무척 좋습니다
창문 열어놓고 종종 힐링했네요
추워서 10초 이상 열어놓지는 못했습니다만...
꼴에 유럽이라고 건식화장실을 씁니다
약간 아니꼬왔지만 그러려니 해야겠지요
샤워부스가 상당히 좁습니다
보통 체구의 성인남성이 살짝 불편함을 느낄 정도였네요
그리고 세면대나 변기는 안그랬는데, 샤워부스 물이 잘 안빠지더라구요
샤워를 하다보면 점점 물이 차오릅니다
샤워기 오래 틀어놓지 말고 물을 아껴쓰라는 호텔 측의 경고로 받아들였습니다
어메니티는 줄 건 다 줍니다
샤워용 스펀지를 안 준 건 살짝 아쉬웠네요
청소하시는 분들이 영어를 잘 못하시는지 샴푸 2개를 빼먹고 바디로션만 4개를 넣어두시는 사고?가 있었지만,
로비에 얘기하니 빼먹은 샴푸뿐만 아니라 어메니티 두세트를 그냥 다 주더라구요
덕분에 이틀동안 바디로션을 8개나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도 안썼지만
직원분들도 좋았습니다
리셉션 직원들의 경우 기본적인 영어는 다 통했구요
좀 복잡하다 싶은 요청이나 청소, 짐 담당 스탭과의 소통은 번역어플을 쓰면 되니 의사소통의 문제는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이분들은 한국의 호텔리어들처럼 서비스정신의 화신들은 아닙니다
네가 요구하면 우리는 응답한다, 이정도의 쿨한 관계를 생각하셔야지
사랑합니다 고객님 수준의 다정다감함을 기대하시면 안되겠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사소한, 그리고 양해 가능한 문제점들 말고
한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방에 기본적으로 비치되어 있는 커피 포트가 있는데,
위생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녹인지 물때인지 곰팡이인지가 안쪽에 잔뜩 끼어 있었네요
리셉션에 얘기하니 바꿔줄 순 있는데 바꿔준 커피 포트가 이것보다 상태가 나을지 자신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너무나 자신있게 자신할 수 없다고 말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교환을 받았는데
호텔 측의 말대로 위생 상태가 바꾸기 전 커피 포트와 비슷해서
결국 제가 치약 칫솔로 직접 닦고 물 끓여서 소독한 뒤에 사용했네요
역시 신뢰할 만한 호텔이다, 말한 것은 지키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는 개뿔 이런데다 물을 받아 먹으라고 주면 안되지 이것들아 하고 약간 욱했네요
창문을 열고 밤 바다를 보며 힐링을 했습니다... 10초 정도
길게 이야기했습니다만, 가격대비 비교적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이곳에 다시 묵을 생각이 있습니다
그 땐 한국에서 끓는 물을 싸 올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