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익스피디아를 통해서 주니어 스위트룸을 예약해 둔 상태였다.
평소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숙박 가격이 좀 그렇긴 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방을 구하는 것 조차 어려운 날이니까,
하루 정도 기분내고 뜻 깊게 보내면 되겠다 싶어 전혀 아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름을 댔더니, 프론트에 있던 아주머니(주인의 느낌이 났다.)가
그런 이름은 예약자 명단에 없다고 냉정하게 잘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의 말투가
"손님, 예약자 명단에 이름이 없으신데 뭔가 착오가 있는게 아닐까요?"
라든지
"다시 한 번 예약을 확인해보시겠어요?"
따위의 말투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명단에도 없는 사람이 왜 예약을 했다고 우기고 ㅈㄹ이지?'
(적어도 우리에게는 이렇게 느껴졌다.)
와 일치하는, 굉장히 듣는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말투였다.
정상적인 고등교육을 받은 성인이라면 아마 백이면 백 그 상황에서
나와 같은 기분이 들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래도 옆에 여자친구도 있고, 왕왕 프론트를 지나는 손님도 있어
최대한 마음을 억누르고
"어제 익스피디아에서 예약을 했고, 여기 이렇게 에약 확인 메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 오전에(11:44분이었다) 이 곳 황금점에서 확인 전화가 와서 통화도 했습니다." 라고 정중히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한다는 소리가
"익스피디아에서 예약 들어온 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주니어스위트는 예약이 다 차서 저희가 미리 방을 다 잠궈둔 상태인데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는 전화 연락 드린 적도 없습니다." (정말 이렇게 말함 ㄷㄷㄷ)
그래서 메일과 전화통화 내역을 보여줬지만 그것을 보고서도
자기들한테 온 예약은 없다고, 전화도 한 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계속 황금점이 아니라 수성점에 예약한거 아니냐면서
"손님 이름은 예약이 안돼있습니다."라는 말만 한 10번 정도 반복했다.
(말투 자체가 '없습니다'를 얼마나 강경하고 똑부러지게 말하는지 주변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봤으면 아마 무전숙박하려는 파렴치한 노숙자커플로 보였을거다)
그렇게 한 10분을 실랑이를 했을까?
당연히 입실을 해야하는 우리도, 돈도 안내고 영업을 방해하는 거지같은
커플을 쫓아내지 못한 그 아주머니도 서로 지쳐갈때쯤,
뭐 자기 혼자 뒤적뒤적하더니 뭐 뜨끔한게 있었나보더라. 갑자기
"다른 팩스에서 뭐 온게 있나..."
하면서 진작에 뒤적거려봤었어야 할(저 실랑이를 하는 동안 자기 손에 들고 있던 예약자 명단 이외에 다른 서류는 찾아볼 생각조차 안했다. 분명히.) 종이들을 뒤적거리더니
"지완님....? 이세요?" 하더라.
내 이름은 지완이 아니고 비슷한 다른 이름인데,
지 멋대로 내 이름의 영어표기 밑에 '지완'이라고 연필로 적어 놓고는 이 일들을 벌인거다.
그러더니 그제서야 드디어 내 전화번호를 묻고는 비교를 해 본다.
이윽고 더듬더듬 하면서 성함이 지완님인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고서는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앞 시간에 근무한 직원이 이름을 한글로
잘못 기재해 둔 것 같다고 초등학생도 안 할 법한 핑계를